전국 곳곳이 올 여름 벌레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도심, 하천, 집 가리지 않고 바글바글거려 곤충의 습격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김철웅 기자의 현장 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지네처럼 생긴 이 벌레.
수십 개 다리를 꿈틀거리며 떼로 뭉쳐 다니는 노래기입니다.
[이동기 / 청주시 방역반장]
"제가 15년 방역업무를 했는데, 올해같이 벌레가 많은 건 처음입니다.
어느새 집안까지 들어왔습니다.
빗자루로 몇 번 쓸기만 해도 금세 수북하게 쌓입니다.
"이거 보세요 화장실. 특히 이런 데 많아요. 이거 다 노래기. 다 살아있어요.”
살충제를 뿌려도 그때뿐. 번식력이 너무 세서 다음날이면 같은 장소에 또다시 무더기로 출몰합니다.
주민들은 노래기에 집을 뺏긴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서옥화 / 충북 청주시 석화리]
"소름이 끼쳐 가지고 잠도 못 잤어요. 눈만 감으면 걔네들이 기어다니지.
(방 안에 들어와요?)
한번은 울었어요. 너무 힘이 들어서. 냄새가 엄청나요. 비위가 상해서 아침에 밥을 못 먹어.”
[김철웅 기자]
"노래기는 도심까지 침범해왔습니다. 옆에 있는 하천에서 아파트까지 올라온 걸로 추정되는데요. 계단 곳곳에 노래기가 떼로 모여 있습니다. 이렇게 건드리면 몸을 말아서 악취를 냅니다.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사체를 치우는 일이 두 달째 반복되자 주민들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벽 타고 올라가요. 2층에도 많이 올라가요. 테라스 있는 데 있죠.”
농촌에서는 급증한 해충으로 인해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한 친환경 감귤 농장.
두 달 전부터 나뭇가지 끝이 말라붙더니 어느새 수십 그루가 말라 죽었습니다.
이 알락하늘소 때문입니다.
[권순화 /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연구사]
"이 구멍에 알을 낳게 되는 거죠. 부화한 유충이 안에서 터널을 뚫고 다니면서 목질부를 갉아먹고 성충이 된 후에 나오는 과정에서 나무 밑동에 구멍이 생기는 거죠.”
나무가 고사되기 직전에야 피해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접근 방지용 석회를 나무에 두르고 트랩을 설치해봐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권순화 /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연구사]
"손으로 잡는 법 이외엔 방제법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주도 감귤 농가 27곳이 알락하늘소의 공격으로 수확에 차질을 빚게 됐습니다.
[김성민 / 감귤농장 주인]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증가할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러다가 정말 폐원이 될지도 모르겠단 두려움을 갖게 됐고. 내년에 폐원할 수도 있겠다."
전국 곳곳이 벌레와의 전쟁을 벌이는 이유, 지난 겨울이 유독 따뜻했고, 근본적으로는 한반도가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해충 번식력은 높아지지만 조류 같은 천적은 그대로라 균형이 깨지는 겁니다.
[조점래 /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가 되고 있으니까 벌레도 발육 속도도 빨라지고, 자손이 훨씬 많이 생깁니다. 해충이 아니었던 것이 해충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요."
[김철웅 기자]
"지금 제주도 감귤 농가는 모두 알락하늘소와 전쟁 중입니다. 이렇게 귤이 잘 자라고 있다가, 하루아침에 가지가 말라붙고 수십 개 구멍이 뚫리면서 나무가 고사합니다. 더 큰 문제는 당장 대책이 없고 내년엔 개체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그래픽 : 정혜인